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원문]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돈을 훨씬 많이 번다. 특히 미국의 최고 경영진들이 받는 보수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당치도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장 원리에 입각한 것이다. 그런 일을 할 만한 능력을 지닌 사람 수가 얼마나 되지 않기 때문에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보수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매출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수백만 달러, 때로 수천만 달러를 지불해도 좋은 인재만 끌어올 수 있다면 확실히 그만한 돈을 쓸 가치가 있다. 그렇게 영입한 경영자가 좋은 결정을 내리면 수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관행이 불공평하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시기심이나 역하심정을 품고 억지로 막아서는 안 된다. 결국은 역효과만 날 뿐이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미국 경영자들의 보수는 여러 가지 면에서 너무 높다. 우선 전임자들에 비해서 너무 높다. 동시대 노동자들의 보수 평균과 비교해 볼 때 오늘날 미국의 CEO들은 1960년대 CEO들에 비해 10배를 더 받는다. 상대적으로 1960년대 CEO들의 경영 성적이 훨씬 더 좋았음에도 말이다. 미국 경영자들의 보수는 다른 부자 나라 경영자들과 비교해도 너무 높다. 측정 방법과 비교 대상 국가가 어디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비슷한 규모와 실적을 올리는 다른 나라 회사 경영진들에 비해 미국 경영자들은 절대 기준으로 많게는 20배나 더 받는다. 이들은 또 보수만 지나치게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경영 부진에 대해서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게다가 실제로 미국 경영자들의 보수가 완전히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경영자 계층이 지닌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힘은 자신들의 보수를 결정하는 시장 자체를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경영자 보수와

계층 갈등의 정치학

급여, 보너스, 연금, 스톡옵션을 포함해 미국 CEO들이 받는 평균 보수는 급여, 복리후생비를 합친 노동자들의 평균 보수보다 300~400배 정도 많다. 이 점에 대해 크게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경영진들의 보수가 지나치게 높다고 자주 비판한다.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보수의 격차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CEO가 일반 직원보다 보수를 300배 더 받는 것은 그가 일반 직원에 비해 회사에 300배 보탬이 되기 때문이라는 논리에서이다. 받는 보수만큼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은 머지않아 시장의 힘에 밀려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Thing 3 참조). 오바마 대통령처럼 경영자들의 보수에 시비를 거는 사람들은 계층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포퓰리스트일 뿐이다. 생산성이 낮은 사람들이 생산성에 따른 보수 지급을 용납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사실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의 논리에도 오류가 있어 보인다. 사소한 문제 하나만 무시하면 되고, 그 사소한 문제라는 게 바로 사실에 근거한 자료라는 점만 빼면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효율적이고, 그런 사람들은 자기 생산성에 걸맞은 높은 보수,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나게 높은 보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나도 인정한다. 자기가 잘나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하지만 말이다(Thing 3 참조). 문제는 그들의 능력이 현재와 같은 보수 차이를 정당화할 만큼 뛰어난가 하는 것이다.

실 경영자의 보수를 정확히 계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경영자의 보수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해 놓은 나라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보수에 급여뿐 아니라 회사에서 받는 모든 혜택을 포함하려면 스톡옵션까지도 넣어야 하는데, 미래에 일정한 양의 기업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인 이 스톡옵션의 가치는 지금은 정확한 산정할 수 없으므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추정 방법에 따라 수치가 많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난점을 염두에 두고 미국 CEO들과 노동자들의 평균 보수를 비교해 보면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는 30~40 대 1 정도였다. 이 비율은 1980년대 초반부터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해 1990년대 초반에는 100 대 1, 2000년대에는 300~400 대 1 수준에 달했다.

이것과 미국 노동자들의 보수 변화를 비교해 보자. 워싱턴에 본부를 둔 중도 좌파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2007년 달러화 가치를 기준으로 한 미국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1973년 18.90달러에서 2006년 21.34달러로 상승했다. 33년 사이에 13퍼센트 올랐으니 1년에 약 0.4퍼센트 늘어난 셈이다.¹ 임금과 복리후생비를 합한 전체 보수를 기준으로 하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경제 침체기에는 노동자들의 보수가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서 경제 회복기만을 살펴보았는데도 1983~1989년 사이 노동자 보수의 증가율은 매년 0.2퍼센트의 비율로 증가했고, 1992~2000년 사이에는 0.1퍼센트, 2002~2007년 기간에는 그나마 거의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²

다시 말해 미국 노동자들의 보수는 1970년대 이후 실질적으로 거의 오르지 않았다. 물론 그 기간 동안 미국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개별 보수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지만 가구당 수입은 높아졌다. 그러나 이것은 점점 더 많은 가정이 맞벌이에 나섰기 때문이다.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의 논리, 즉 모든 사람은 각자의 생산성에 따라 응당의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에 충실하다면 CEO 대 노동자의 보수가 30~40배에서 300~400배가 되었다는 말은 미국의 CEO들이 1960~1970년대에 비해 10배나 더 효율적이 되었다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좋은 교육과 훈련 덕분에 미국 경영자들의 자질이 전반적으로 좋아졌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과연 한 세대 전 경영자들에 비해 자질이 10배나 좋아졌다는 것이 있을 법한 일인가? 내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난 20년만 돌아봐도 그렇다. 지금 미국에서 오는 학생들이 1990년대 초에 내가 처음 가르쳤던 미국 학생들에 비해 3~4배 더 뛰어난가? 자질이 더 나아졌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CEO들의 보수가 올랐다면 미래의 CEO감인 이 학생들의 자질은 적어도 3~4배는 좋아졌어야 말이 된다. 1990년대 초 노동자 평균 보수의 100배였던 미국 CEO의 보수가 이 기간 사이에 300 내지 400배로 뛰었기 때문이다.

이 보수 차이의 변화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유는 최근 들어 기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CEO의 역할도 더 커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코넬 대학의 로버트 H. 프랭크 교수는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100억 달러의 이익을 남기는 기업이라면 유능한 CEO의 좋은 판단으로 3000만 달러 정도 더 남기는 건 쉬운 일이라고 설명을 했고, 이 칼럼은 CEO의 급여 문제에 논란이 있을 때 많이 인용되는 글이 되었다.³ 가끔고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3000만 달러를 더 벌어 준 CEO에게 500만 달러를 더 주는 게 문제가 되겠냐는 암시가 깔려 있다고 하겠다.

물론 이 주장에도 오류는 있다. 그러나 기업 규모가 커진 것이 CEO의 보수가 오른 주된 이유라면 미국 기업들의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었는데 왜 CEO의 급여는 1980년대에 와서야 갑자기 인상되기 시작했을까?

게다가 같은 논리를 노동자에게도 어느 정도는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현대 기업은 분업과 협력을 철저히 조화시키기 때문에 돌아간다. 따라서 CEO만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Thing 3, 15 참조). 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노동자가 기업에 이익을 주거나 손해를 끼칠 여지도 커지는데, 우수한 직원을 채용하는 일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기업마다 인사 관리 부서를 두고 많은 투자를 하겠는가?

또 최고 경영진의 결정이 점점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CEO의 보수가 올라야 했다면 이들보다 훨씬 적은 보수를 받으면서 비슷한 규모의 기업을 경영하는 일본이나 유럽의 CEO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경제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을 기준으로 스위스와 독일의 CEO들은 미국 CEO에 비해 각각 64퍼센트, 55퍼센트 수준의 보수를 받았다. 스웨덴은 44퍼센트, 네덜란드는 40퍼센트에 만족했고, 일본 CEO들은 미국 CEO들이 받는 보수의 25퍼센트밖에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제외한 13개 선진국 기업의 CEO들이 받는 보수 평균은 미국 CEO 보수 평균의 44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⁴

그러나 이 숫자들도 국가별 CEO의 보수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CEO들이 다른 나라 CEO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톡옵션을 훨씬 많이 받는데 그것을 계산에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연구소의 다른 데이터에 따르면 정확히 계산하기는 힘들지만 미국 CEO의 보수에 스톡옵션을 포함시키면 보수 총액은 보통 3~4배, 많게는 5~6배로 뛴다고 한다. 결국 미국 CEO 보수에 스톡옵션을 포함하면, 스톡옵션을 받더라도 많이 받지 않는 일본 CEO의 보수는 미국 CEO 보수의 25퍼센트가 아니라 5퍼센트가 된다.

그런데 미국 CEO들이 해외 CEO들보다 두 배(스위스 CEO와 비교, 스톡옵션 제외)에서 스무 배(일본 CEO와 비교, 스톡옵션 포함)까지 더 가치가 높은 사람들이라면 왜 많은 산업 부문에서 미국 기업들이 일본이나 유럽의 경쟁사들에 뒤지는 것일까?

일본과 유럽 CEO 보수의 절대액이 낮은 것은 그 나라의 일반적인 급여 수준이 미국보다 낮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과 유럽 국가들의 급여 수준은 미국과 거의 비슷하다. 경제정책연구소가 조사한 2005년 13개국의 노동자 급여 평균은 미국의 85퍼센트였다. 그중 일본 노동자들은 미국 노동자들의 91퍼센트를 받는 반면에 일본 CEO들은 스톡옵션을 제외하고도 미국 CEO 보수의 25퍼센트밖에 받지 않았다. 스위스와 독일 노동자들은 미국 노동자들보다 보수가 오히려 더 높아서 각각 미국 노동자 평균 보수의 130퍼센트와 106퍼센트를 받는 반면에 CEO 보수는 미국의 55퍼센트와 64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더욱이 이 수치는 미국 CEO들이 훨씬 많이 받는 스톡옵션을 제외한 것이다.⁵

이렇게 볼 때 미국 경영자들은 너무 비싸다. 미국 노동자들은 경쟁국에 비해 15퍼센트밖에 더 받지 않는 반면에 CEO들은 적게는 두 배(스위스와 비교, 스톡옵션 제외)에서 많게는 스무 배(일본과 비교, 스톡옵션 포함)를 받는다. 그럼에도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일본과 유럽 경쟁사들과 비슷하거나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동전 앞면이 나오면 내가 이기고

뒷면이 나오면 내가 진다

미국, 그리고 미국 다음으로 CEO 대 노동자 보수 비율이 높은 영국 CEO들의 보수 체계는 CEO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과도하게 많은 급여를 받는 것 말고도 경영을 잘못했을 때 그에 따른 징계를 받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는 있지만 그럴 때에도 거의 대부분의 경우 두둑한 퇴직금이 보장된다. 어떤 때에는 쫓겨나는 CEO에게 당초 계약서에서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은 액수의 퇴직금을 주는 경우도 있다. 경제학자 베브척(Bebchuk)과 프리드(Fried)에 따르면 “2000년 외부 압력에 못 이겨 마텔사의 질 베어드가 해임될 때 이사회는 420만 달러에 달하는 그녀의 대출금을 탕감해 주고, 또 다른 대출금 탕감에 따른 세금을 내는 데 필요한 330만 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해 준 것도 모자라서, 바로 팔 수 없도록 되어 있는 보유 주식을 팔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런 혜택은 2640만 달러에 달하는 퇴직금과 해마다 지급되는 70만 달러의 연금 등 고용 계약서에 명시된 엄청난 혜택에 추가된 것”이다.

이런 일에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일까?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일을 잘못한 CEO에게 꼭 주지 않아도 될 혜택까지 주는 어리석은 기업이 있더라도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얼빠진 짓을 하는 기업은 어차피 더 재산에 밝은 경쟁사에 밀려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수 체계를 잘못 만든 기업들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그런 기업들은 시장의 압력에 의해 경쟁에 지고 만다는 의미이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주장이다. 구식 방직 기술이 되었건, 허무맹랑한 보수 체계가 되었건 비효율적인 관행은 경쟁 과정에서 사라지게 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경영진에게 더 높은 인센티브를 주는 영미 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영진에게 공정하지 못한 보수를 주는 관행이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을 통해 없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결국 이런 관행이 수십 년간 계속되어 오고 있지 않았는가? 최근에 파산한 GM을 예로 들어 보자. GM이 기울어 간다는 것은 최소한 30년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GM의 최고 경영진들은 과거 20세기 중반 GM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으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의 경영진들에게나 줄 만한 보수를 챙겨 갔고, 아무도 그것을 막지 못했다(Thing 18 참조).

상황이 이런데도 엄청나게 많은 급여와 경영 실패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일방적인 고용 계약에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던 것은 미국과 영국의 경영자 계층이 지난 수십 년 사이에 엄청나게 강화되었기 때문이고, 이렇게 된 데에는 그들이 지금까지 챙겨 온 엄청난 보수도 한몫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들은 서로 상대방 기업의 임원직을 겸직하고 사회의 이사들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사회를 장악했다. 그 결과 이사회에서 CEO가 정한 보수 체계에 이의를 제기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주주들은 배당금만 점점 많이 받으면 되기 때문에 불만이 있을 이유가 없었다(Thing 2 참조). 영국과 미국의 경영자들은 또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권에도 손을 뻗쳐 심지어 중도 좌파라고 자처하는 영국의 노동당과 미국의 민주당에게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에서는 특히 민간 부문의 CEO 출신들이 정부 부처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 즉 무슨 현상이든 그런 현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널리 전파하는 데 자신들이 가진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경영자 계층의 영향력은 2008년 금융 위기의 여파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08년 가을, 영국과 미국 정부가 전문학적인 액수의 세금 수입을 자금난에 빠진 금융 기관에 쏟아붓게 되었을 때에도 그런 실패에 책임을 진 경영자들은 거의 없었다. 물론 CEO 몇 명이 실직하기는 했지만 그런 소수에 불과했고, 일자리를 잃지 않은 CEO들의 급여도 크게 삭감되지 않았다. 거기에다 납세자의 돈을 지원받은 금융 회사 CEO들의 급여에 상한선을 두어야 한다는 소리가 미국 의회에서 나오자 이들은 엄청난 저항을 했고, 결국 이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가 불명예 퇴진한 프레드 굿윈 은행장에게 1500~2000만 파운드(연간 70만 파운드)에 달하는 연금을 지급한 데 대해서도 영국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후에 부정적인 여론이 너무 심해지자 굿윈은 400만 파운드를 다시 내놓기는 했다. 결국 영국과 미국의 납세자들은 정부의 긴급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사실상 주주가 되었음에도도 저조한 실적을 낸 고용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납득할 만한 보수를 받도록 강제하지도 못한 것이다. 이것은 영미 경영자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방증하는 예라 할 수 있다.

시장은 비효율적인 관행을 저절로 사라지게 만드는 힘이 있지만, 이는 아무도 시장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혹 오랜 세월에 걸쳐 그런 관행이 사라질지는 모르지만 일방적인 보수 체계가 있는 동안은 경제 전반에 큰 손실을 끼친다. 노동자들은 계속되는 임금 하락 위협, 간단해진 해고 절차와 성규직을 대체하는 임시직의 증가, 그리고 지속적인 다운사이징 등으로 압박을 받는 반면에 경영자들은 이렇게 해서 창출한 추가 이윤을 주주들에게 분배해서 그들이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를 문제 삼지 않도록 한다(Thing 2 참조). 주주들의 입을 막기 위해 배당금을 극대화하면 투자가 위축되고, 결국 기업의 장기적 생산 능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까지 보태면 영미 기업들은 국제 경쟁력을 잃게 되고, 결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마저 없어지고 만다. 2008년처럼 일이 잘못되는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기업을 희생시키는 데 납세자들의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지만 경영진은 그야말로 거의 생채기 하나 나지 않고 사고 현장에서 걸어 나올 수 있게 된다.

미국, 그리고 미국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영국의 경영자 계층이 시장을 조종하고 자신의 결정이 부른 부정적인 결과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할 수 있을 정도로 정치적,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이 강해진 마당에 그들에 대한 적절한 보수 체계가 시장의 힘에 의해 결정되고, 또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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